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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2] 목회자 칼럼

머리반만깎고


하나님은 산골짜기에 사는 코흘리게 더벅머리 소년이였던 저에게도 찾아 오셨어요. 하나님은 저를 중학교 1학년 입학하면서부터 이웃 마을에 있는 토담집 사랑방 예배당에 초대해 주셨어요. 하나님은 저의 마음에 처음 본 사랑방 예배당을 처음 부터 그렇게 좋아하게 만드셨어요. 그래서 수요일 저녁 예배도 나가고 새벽예배도 나갔어요. 어느 주일날에는 집 마당에서 벼타작을 하는 도중에 교회로 도망가는 아들을 아버지께서 도리깨를 들고 따라오셨는데 큰 아버지께서  말리셔서 무마 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장가 보내셔서 제 아내와 함께 10여년 만에 시골교회를 찾아 뵈었어요. 그 때 머리가 하얀 어머니 권사님 들이 저에게 한마디 하셨어요. "코흘리게 중학생이 교회 다니더니 이렇게 예쁜 서울 색시 얻어서 내려왔네요." 그러시더니 그 어머님들이 제 아내에게도 한마디 하셨어요. 그 처음 말씀이 "아이고 선생님, 우리 권집사님이 중학교 때 머리 반만 깍고 수요일 저녁예배에 나왔어요." 저는 까맣게 잊고있던 이야기를 어머님들이 제 아내에게 해주신 거지요. 저는 고등학교때 남자가 적은 시골 교회여서 집사로 섬기기도 했어요.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이 웃으시면서 권집사라고 부르기도 하셨어요.

 

어리적 제가 살던 마을에는 이발소가 없어서 이웃집 아저씨가 바리깡으로 빡빡머리를 깎았어요. 이발비 대신에 감자나 호박/콩을 드렸어요. 그런데 중학교 2학년 어느 수요일 늦은 오후에 이발을 하는데 이웃 마을 예배당 종소리가 땡그렁 땡그렁 났어요. 수요일 저녁 예배 시작 30분 전에 치는 초종이였지요. 그런데 머리는 율브린너 처럼 반만 빡빡 깎인 거지요. 저는 이런꼴로 어떻게 교회가느냐고 완강히 말리는 아저씨를 뒤로 하고 교회로 달려가서 제일 앞자리에 앉았어요. 그날 저녁예배는 웃다가 예배가 끝났다고 합니다.

                                                  

권영국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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